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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사이시조 - 신 일본 필 교향악단 제651회 정기 연주회 리뷰
    히사이시조 (Joe Hisaishi) 2023. 9. 29.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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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하며

     

    9월 16일 제651회 정기 연주회 (히사이시 조 지휘 · 산토리 홀)의 공연이 유료 아카이브 전달됐다.
    F.O.C. vol.6과 W.D.O.2023이 전달되지 않았던 상황에서 얼마나 반가운 소식이었는지 모르겠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히사이시조의 위촉신작 Adagio와 말러의 교향곡 5번이 연주된다.

     

    Joe Hisaishi: Adagio for 2 Harps and Strings

     

    Joe Hisaishi: Adagio for 2 Harps and Strings

     

    이 곡은 히사이시조가 말러 교향곡 5번의 아다지에토에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이다.

    항상 그렇듯이, 현악 오케스트라로 연주되는 곡은 지휘봉 없이 맨손으로 섬세하게 지휘 한다.

     

    우아한 하프 두 대는 마치 천국을 연상하는 듯 하고 현악기들은 여유롭고 평화롭게 기도하듯 연주한다.

    마치 명상음악과 같이 느긋하고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듣기 쉬운 곡이었다.

     

    두 대의 하프. 히사이시조는 두 대의 하프를 자주 이용한다.

    이전에 리뷰했던 Future Ochestra Classics Vol.3에서도 레포 수메라의 교향곡 2번은 두 대의 하프가 맨 앞에 배치되어 인상적이었다.

    히사이시조의 자작곡 중에서도 부도칸 콘서트에서도 하프 두 대가 사용됐으며, 그 외에도 Another Piano Stories ~The End of the World~ 앨범(2009)와 천인의 음악 2018에서도 하프 두 대가 사용됐다.

     

    현악기들의 스타카토로 분위기가 잠깐 바뀌기도 하고,

    연주되는 문구가 조금씩 어긋나면서 히사이시조의 미니멀 작품 느낌이 물씬나는 부분도 존재한다.

     

    말러 교향곡 5번은 트럼펫과 호른의 부담이 크다.

    그런 이유에서 이 곡이 금관악기의 부담을 줄여주는 역할도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렇다면... 추후에 하프 두 대가 들어가는 큰 규모의 교향곡의 느린 악장에 들어가도 되지 않을까.

     

    또한 악기의 배치가 항상 사용하던 제1바이올린 - 첼로 - 비올라 - 제2바이올린 순서에서 조금 바뀌어 제1바이올린 - 비올라 - 첼로 - 제2바이올린의 순서가 되는 유럽식 배치방법을 사용하기도 한 것이 이번 콘서트의 특징이었다.

     

    이 곡만 연주하고 인터미션 후 오늘의 메인인 말러 교향곡이 연주된다.

     


    Mahler: Symphony No.5

     

    Mahler: Symphony No.5

     

    말러 교향곡 5번은 3부로 나뉜다. 1,2악장이 1부, 3악장 홀로 2부, 4,5악장이 3부이다.

    개인적으로 말러 교향곡 5번을 '암흑에서 광명으로' 해석하는 것에 공감하는 편인데, 이러한 해석으로 말러 교향곡 5번을 바라보면 1부는 암흑에 해당하고, 암흑과 광명이 공존하며 서로 주도권 싸움을 하는 2부, 광명을 뜻하는 3부가 된다.

     

    1악장은 트럼펫의 팡파레로 시작하는 첫번째 소재, 그리고 이 소재와 대비를 이루는 상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의 두번째 소재가 번갈아가며 곡을 이끈다.

    금관악기들의 활약이 너무나 좋았다. 1악장의 5분즈음에 조용한 팡파레 이후 갑자기 분위기가 격해지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에서 거침없는 속도와 시원한 전개로 귀가 정말 즐거웠다.

     

     

    이번 말러의 교향곡도 중간중간 연주자들이 고개를 들고 악기를 연주하는 부분도 존재했다. 호른도 위로 치켜세워서 연주하기도 했다.

    고개를 들고 연주하면 악보를 보는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시각적인 효과를 확실히 좋았다. 말러는 확실히 관객들이 끝까지 집중할 수 있는 요소들을 잘 넣어둔 것이 아닐까.

     

    2악장은 1부의 본론이라고 할 수 있다. 공격적인 리듬으로 시작하는데, 역시 히사이시조의 지휘는 거침없는 속도와 스피드감이 느껴졌다.

    2악장도 마찬가지로 더 느긋하고 차분한 분위기로 대조를 이루는 소재가 등장하며 두 소재가 번갈아가기도 하고 폴리포니적으로 중첩되기도 한다. 

    2악장의 재밌는 포인트는 밝은 기운을 띄는 장조의 코랄이 등장하여 곡의 분위기를 잠시 장악했다가 금방 추락하며 결국 단조로 돌아오는 부분이다. 2악장이 끝나갈 때 두번째 등장하는 코랄에서는 호른의 멋지고 풍부한 음색이 압권이었다.

     

     

    3악장도 호른이 굉장히 중요한 악장이다. 호른이 3악장의 시작을 알리고 , 밝고 경쾌한 민속춤곡인 렌틀러로 시작이 된다.

    이후 분주한 움직임의 어두운 소재가 등장하는데, 금새 곡은 어두운 분위기가 된다. 

    이렇게 3악장은 암흑과 광명의 주도권 싸움이 반복되는데, 곡이 어두운 분위기로 계속 침체되려는 와중에는 우람한 호른이 하늘에서 내려오듯 등장해서 분위기를 전환시킨다. 

    호른을 정말 좋아하는 나로써는 행복한 순간의 연속이었다.

     

    3악장에도 피치카토로 연주되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 역시 지휘봉을 뒷쪽으로 접어두고 지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3악장에서 등장하는 특이한 나무 타악기. 특이한 타악기 역시 말러의 교향곡의 특징일까.

     

    3악장의 말미에 또 다시 하늘을 날기 시작하는 호른!!!

    3악장은 호른으로 시작했던 것처럼 호른의 외침으로 끝이 난다.

     

     

    영화음악 작곡가인 히사이시조에게 중요한 악장이 될 4악장 아다지에토.

    이 곡에서 영감을 받은 Adagio라는 신작이 초연된 상황에서는 4악장에 더 기대를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역시나 아다지에토는 지휘봉을 내려놓고 맨손으로 지휘한다.

     

    아다지에토는 죽음이나 어떤 철학적 의미를 뜻하는 듯 10분~11분의 길이로 느리게 연주되는 경우가 있는데,

    히사이시조의 지휘에서는 9분이 조금 넘는 정도의 길이로 연주가 됐다.

    히사이시조도 3부를 광명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다. 

    아름다운 선율을 따라 웃음지으며 지휘하는 모습은 지친 일상의 힐링이었다.

     

    다른 지휘자들의 어떤 아다지에토는 가끔 사랑 이면의 아픔이나 쓸쓸함도 묻어나오는 느낌이었다면

    히사이시조가 지휘하는 아다지에토는 충만한 사랑만을 고백하는 세레나데 그 자체였다.

     

    마지막 악장인 5악장은 밝은 분위기가 전체를 지배했다.

    리드미컬하게 빰! 하고 울리는 부분이나 몇가지 소재가 천진난만하게 번갈아가며 반복해서 등장하는게 재미있었다.

     

     

    콘트라베이스가 현을 힘차게 잡아당기는 이 장면은 한동안 뇌리에 남았다.

     

    5악장의 마지막은 2악장에서 일시적으로 등장했다 금방 사라졌던 그 코랄이 다시 등장하여 이번엔 제대로 밝은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며 교향곡이 끝이 나게 된다.

     

     

    마치며

     

    이번 콘서트를 보면서 히사이시조가 베토벤 교향곡과 브람스 교향곡 전곡을 지휘하고 발매하면서 자신만의 지휘 스타일을 제대로 구축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를 들면 아다지에토의 너무 빠르지 않으면서도 스피드를 놓치지 않는 부분은 브람스 교향곡 1번의 재녹음을 했던 부분이 떠올랐다.

     

    사실 나는 클래식 음악과 그리 친숙하지 않았고 지금도 어려운 부분이 많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클래식의 재미를 조금씩 익혀가고 있다.

    어렵기만 했던 말러의 교향곡도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이번 5번 교향곡은 앨범으로 발매되었으면 한다. 브람스의 3번 교향곡과 같은 인생곡의 느낌이었다!

     

    앞으로는 어떤 클래식 작품을 히사이시조의 지휘로 만나보게 될지 굉장히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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